[조선일보-더 나은 미래] [Cover Story] 사명감만 투철한 열혈봉사? 재미·공감·재능 챙기세요 2013-12-18
한국자원봉사문화 HIT 1424

임직원 자원봉사, 무엇이 성패 가르나
봉사 참여율·만족도 높이는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 변화
직원이 봉사 계획 제출하면 예산·멘토링 제공하거나
전문적 재능 살릴 수 있는 프로보노 프로그램 인기 가족봉사도 참가 경쟁 높아
CEO가 봉사 참여하고 코디네이터 투입하면
임직원 간 소통 좋아져 전체적인 공헌 질도 향상

"1년 중 6개월은 주말을 포기해야 합니다."(S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아직도 시간이 남는 사람들만 봉사활동을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참여하고 싶은 직원들도 선뜻 나서질 못해요. 활동을 알려도 무관심하고, 현장에서도 고압적인 직원들 모습을 보면 힘이 빠집니다."(L기업 자원봉사 담당자)

각 기업 임직원 자원봉사 담당자들의 푸념이다.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봉사 현장에서 '시어머니' 여럿을 모셔야 한다. 혹여 임직원들이 '괜히 봉사하러 왔다'고 후회하진 않을까 가슴을 졸이고, 수혜자들의 상황과 복지기관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CEO가 봉사에 참여할 때는 동선이나 스케줄을 더 세밀히 챙겨야 한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가장 큰 바람이자 고민이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과 함께 임직원 자원봉사의 성패를 가르는 4가지 요인을 짚어봤다.


	기업 사회공헌
◇재미(FUN)·재능기부·가족봉사… 3가지 필수 성공 키워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직원들의 참여율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려면, 이젠 봉사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직접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할 기회를 열어두는 기업이 많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H-볼런티어 디자이너(H-Volunteer Designer)'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원하는 봉사활동 대상·활동·내용·일정 등을 직접 디자인해서 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선정된 직원들에게 일정 예산과 봉사활동 멘토링을 제공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봉사 프로그램만 1년에 160건이 넘는다. 김세훈 현대차 복지지원팀 과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를 직접 만들어서 강의를 하고, 보육원 아동들을 위한 자선 공연을 열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의 활동이 사내에 소문났다"면서 "자원봉사 전문 NGO인 '한국자원봉사문화'가 직원들이 다자인한 프로그램을 수정·보완하는 등 조언해주면서 수혜자 만족도도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임직원들이 동료들과 직접 봉사팀을 꾸려 1년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도록 하고, 심사를 거쳐 활동비 지원과 연말 우수봉사단 시상을 하고 있다. 매년 100개 이상 봉사팀이 1년간 활동을 이어간다. 직원들이 각자의 재능을 나누는 '프로보노(Probono·전문 지식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다. SK는 2009년 그룹 18개 관계사의 마케팅, 홍보, 법률, 재무, IT, 외국어,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임직원들을 모아 '프로보노 봉사단'을 꾸렸다. 이들은 사회적기업,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컨설팅 및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다. SK 사회공헌 담당자는 "주말까지 반납하고 활동할 정도로 '프로보노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사회공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레 프로보노 외의 봉사·나눔에도 참여하는 직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가족봉사' 역시 임직원 자원봉사의 참여율을 높이는 필수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특히 중고생 자녀의 봉사처 발굴이 어려웠던 임직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간 인증까지 가능한 가족봉사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사회봉사단 김수연 차장은 "가족봉사 프로그램을 올리면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꾸준히 참여하는 가족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가족봉사에 참여했던 어머니들로만 구성된 SNS 커뮤니티를 따로 만들어 봉사 소식이나 활동 사진들을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인센티브와 시스템, 봉사 참여율 높여

인센티브 및 지원 제도가 직원들의 봉사활동 참여율과 만족도를 높이는 경우도 많다. 시그나사회공헌재단은 봉사 시간, 급여 기부 등에 따라 점수를 주는 'CSR 마일리지'를 도입했다. 봉사 점수가 높은 직원들에게 해외 봉사 프로그램이나 전 세계 우수 직원이 모이는 '글로벌 시그나 리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봉사 참여율이 97%에 달하는 포스코는 자원봉사 시간에 따라 승진 가점을 부여한다. 16시간 이상은 1점, 24시간 이상은 2점을 준다. 자원봉사 코디네이터에겐 근무 시간에 봉사활동 수혜기관이나 마을을 방문할 수 있도록 업무 수당과 유류비를 지원한다.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팀 차장은 "불의의 사고로 고아가 된 아이를 자원봉사 담당자가 발견하고, 해당 부서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학교 졸업 때까지 아이를 도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매년 우수 봉사자를 10여명 선정해 인사상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평일 봉사 휴가제도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봉사활동을 위해서라면 1년에 최대 2일까지 연차 외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박정현 LG전자 사회공헌 담당자는 "100명으로 꾸려진 한 봉사팀은 봉사 휴가제도를 활용해, 직원들이 월별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며 기뻐하더라"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사회공헌 전용사이트 '아름다운동행'을 개설해, 직원들이 실시간 자신의 봉사 시간과 부서별 봉사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그룹은 2004년부터 임직원이 봉사활동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사회봉사단 김수연 차장은 "산간벽지에 있는 임직원 모교에서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도서 1000권을 기증하고, 마을 잔치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자기 고향에 가서 직접 봉사·기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직원들의 애사심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CEO·임원을 사로잡아라… 적극적인 사내 홍보도 필수

CSR 담당자들은 CEO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할 때 더욱 공을 들인다. CEO 참여도에 따라 임직원 자원봉사의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상두 한국암웨이 사회공헌부 부장은 "사장님이 '임직원들에게 풍선아트 교육을 시켜서, 아이들에게 봉사활동할 때 활용하자'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 아이디어를 내주시는데, 덕분에 사회공헌팀에서 봉사활동을 기획, 진행하기 수월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봉사단을 꾸릴 때 현장 경험이 많은 NGO 담당자를 CEO와 같은 팀에 배치한다. CEO가 현장 전문가로부터 수혜자들의 어려움과 현장의 니즈(needs·필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팀 차장은 "회장님이 다문화 전문가와 같은 팀에서 봉사하신 뒤 '우리도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가지자'고 말씀하시더라"면서 "평소 CEO와 만나기 어려운 직원들을 같은 팀에 배치해, 소통을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기업 임원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임원 눈치 보느라 봉사활동 신청조차 못 하는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11년부터 각 지점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단의 팀리더를 임원·팀장급으로 구성했다. 김창진 신한은행 사회협력부 차장은 "임원들의 책임감이 커지면서 젊은 직원들이 리더를 맡았을 때보다 참여율도 높고,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도 탄력이 붙는다"고 말했다. 강혜정 시그나사회공헌재단 차장은 "지역아동센터 아동과 임원이 일대일 결연하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봉사하도록 한다"면서 "임원들이 급한 일이 생기면 직원들에게 대신 아동을 돌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임원과 직원 간의 봉사 순환도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사내 홍보도 중요하다. 봉사활동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다. LG전자는 'CSR 이해과정'이란 영상강의를 제작해 사내 온라인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2주마다 CSR 뉴스레터를 전 직원에게 발송하고 있다. 사내 식당에 반찬 하나를 덜어낸 '기부 식단'을 도입해, 직원들의 소액기부를 유도한다. 박정현 LG전자 사회공헌 담당자는 "봉사·나눔과 관련된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노출시켰더니, '팀 전체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등 봉사 관련 문의 메일과 전화가 늘었다"고 했다. 현대차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직원들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제작해 사내 방송으로 활용, 봉사 참여율을 높였다.

◇자원봉사 코디네이터의 역량과 노력이 프로그램의 질 좌우한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봉사활동이 지속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원봉사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꼽는다. 실제로 자원봉사 참여율이 높은 기업은 임직원 자원봉사 담당자들의 남다른 노하우와 역량이 뒷받침돼 있었다. 김창진 신한은행 사회협력부 차장은 "우리 팀의 모토는 '첫 번째 봉사자보다 먼저 도착해, 가장 마지막까지 봉사현장에 남아있자'다"면서 "현장에서 몸이 부서지도록 봉사하는 담당자들 모습을 보면, 처음엔 귀찮아하던 직원들도 덩달아 열심히 봉사하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타 부서 직원들과의 친밀도 역시 자원봉사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강혜정 시그나사회공헌재단 차장은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는 CEO부터 사원까지 전 직원과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면서 "다른 부서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되도록 직접 찾아뵙고 인사하고 식사하는 등 친밀도를 쌓아갔더니, 봉사 요청을 할 때도 흔쾌히 도와주시더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그룹은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를 위한 역량 강화 교육이나 네트워크 모임을 진행한다. 삼성그룹이 관리하는 자원봉사센터는 총 109개. 이곳에서 일하는 사회공헌 담당자만 290명에 달한다. 삼성사회봉사단 김수연 차장은 "매달 전체 자원봉사 담당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역별 네트워크 모임을 따로 만들어 좋은 사례를 공유하고, 사회 이슈를 토론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구 한국지엠(GM) 한마음재단 대외협력팀 사무국장은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임직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를 키우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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